“제가 자주 만나는 상담의 주제는 가족인데, 내 아빠가 바뀌지 않으면 내가 달라질 수 없을 것 같다, 나만 바뀌어서 뭐 하냐, 이렇게 이야기하는 내담자가 있거든요. 물론 내담자의 상태만이 문제는 아니겠죠. 상담사로서 저는, 일단 당신이 안 힘들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아빠가 당신한테 영향을 주게끔 두고 싶지 않다, 보통 그렇게 얘기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가족으로부터 벗어난다고 해서 그 사람의 고통이 끝나는 건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그 사람 마음에 계속 가족이 살고 있기 때문이고, 100% 그 상황을 박차고 나간다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이든 간에 자신이 속해 있는 구조를 완전히 박차고 나갈 순 없거든요. 자기만 빠져나온다고 해도 그 구조는 계속 유지되기도 하고. 언젠가 어느 동물원에서 사자가 탈출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저는 그 사자가 탈출해서 어디로 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잠깐 도시 한복판을 걸어 다닐 수는 있겠지만, 잠깐이겠죠.”

‹사운드 가든› 인터뷰 중에서

차재민 Jeamin Cha ‹사운드 가든› ‹Sound Garden›, 단채널 비디오 설치, FHD 비디오, 30분, 컬러/3채널 사운드, 2019

‹사운드 가든›은 큰 나무를 이동시키는 과정을 담은 화면과 한국의 여성 심리 상담사들의 인터뷰가 섞이는 영상이다. 이들은 상담의 양가성과 복잡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트럭에 실려 가는 대부분의 나무는 야생목이 아니라 훈련목인데, 크고 보기 좋게 자라게끔 관리되며 도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조련받아 도시의 가로수로 심어진다. 아무리 질 좋은 햇볕을 내리 쬐는 나무라 해도 훈련목이라면 햇볕이라는 자연적 영양 공급조차 상품화의 과정에 놓이는 셈이다. 전통적으로 심리 상담은 자아 성찰이나 내면의 고양 혹은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행위로 여겨졌다. 그러나 후기 자본주의는 개인의 정신을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상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이 작업은 상담의 반자본적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상담이 정신 질환을 화학-생물학적 문제로 간주하지 않고 원인과 이유를 찾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상담은 이 시대의 가치관이나 사회환경 속에서 망가진 인간의 정신, 자력으로 회복 불가능해진 타인의 내면을 역순으로 풀어내는 방대한 대화다. 이 막막한 미션이 품고 있는 역량을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발견하고자 했다.